“혹시 이거 할인은 안되나요? 집에 가져가서 해봐야 되는데”
23일 오후 6시 서울 등촌동에 위치한 서울신기술창업센터에서 개최된 ‘소기업 신제품 교류회’에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6개 소기업의 상품을 직접 체험해보며 꺼낸 말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기업 상품들을 직접 둘러보면서 박 시장도 소기업 직원들도 서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 ‘SBA 유통센터’ 소기업 제품 홍보의 장 역할 자처
서울 일자리 대장정도 어느덧 13일차에 접어들었다. 현재까지 방문한 곳만 75곳이다. 빡빡한 하루 일정을 소화한 늦은 저녁시간이었지만 박 시장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소기업 제품홍보에 열을 올렸다.
박 시장은 '우수한 많은 소기업·소상공인 제품들이 있지만 정작 판로를 찾지 못하고 사장되는 제품들이 많다'며, 현장에서 제품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둘러보고 체험해봤다. 박 시장은 제품 출시와 가격, 경쟁력 등을 물으며, 마치 전통시장에 온 주부처럼 세심한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는 유통분야 관련 소기업․소상공인, 전문유통사, 파워블로거 등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박 시장은 소기업의 판로개척을 위한 제조사와 유통사 간 신제품교류 행사와 유통분야 종합적 지원을 위한 서울시 유통센터 개소 현장을 함께했다.
판로개척을 위해 진행된 신제품 교류회에서는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16개의 소기업 제품과 상품발굴을 희망하는 온․오프라인 중소형 유통기업 17개사가 참석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자유로운 상담과 소기업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도 동시에 열렸다.
수학도형을 소개한 매쓰타임과 친환경 LED를 보여준 지비솔루션즈, 3D인물피규어 3D MARK, 근육통완화온열의료기기를 선보인 포멘토메디컬, 신개념 운동기구를 설명한 몬스터레일, 가방전문 아름사, 차량용 거치대의 이데이주식회사, 암기돕는 학습기 기억방, 건강제품들을 진열한 자은과 근육관절 물리치료 이케이월드, 자연케어 보돌, 코르크 소재를 응용한 엘앤제이, 쓰리비네트웍스, 마루와벅스프리 등이 차례로 박 시장의 손을 탔다.
몬스터레일을 지나칠때는 한동안 시끌벅적했다. 박 시장이 직접 몬스터레일 운동기구를 통해 근육 운동에 나섰다. 오랫동안 헬스로 다져진 몬스터레일 대표가 직접 박 시장을 거들었다. “힘들다”는 소리를 멈추지 않으면서도 얼굴은 함박웃음이다.
박 시장은 소기업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서울시는 우선 ‘제조사-유통사 간 교류공간 부족’과 유통 분야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지원을 마련했다. 서울신기술창업센터 내에 ‘서울시 유통센터’ 공간을 마련하고 조기에 개소해 유통망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는 제조 소기업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포항공대 출신의 어떤 이가 설탕을 이용해 세재를 만들어 팔았다. 제품이 우수하다기 보다는 영업기법에 감동했다”며, “홈프렌차이즈방식으로 주부들이 팔면 이익의 20%에서 30%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슈거버블이라는 세재를 팔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제품이 있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안 팔리면 그만이다”라며, “동대문에 갔더니 밤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장사를 하는데 외국 바이어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도매로 여러 상품들을 구매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런 작은 공간이 필요하고 SBA센터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소기업, 소상공인 제조사의 제품 판로개척에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유통인들의 역할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 서울시 주최로 오는 11월 12일 세텍에서 ‘대한민국 유통인의 밤’ 행사 개최를 지원, 유통인들 대상으로 ‘유공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행사 참석한 솔림원대표 김성구(46)씨는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기업들과 유통사들에 대한 정책지원이 단순히 1회성, 선언적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진정성을 담아 추진된다면 실질적으로 많은 소기업들의 유통애로가 해소됨과 동시에 관련 일자리들이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소기업-소비자 잇는 유통전문가 양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전시장을 둘러본 박 시장은 서울신기술창업센터 2층에서 열린 현장 소통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유통분야 일자리 창출 및 기반 조성을 위해 전자랜드, 인터파크비즈마켓, 국제MD협회, MD아카비전, 유통융합센터 협동조합, 서울산업진흥원 등 8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업계, 금융계, 학계 전문가와 취업희망자등 30여명이 패널로 참여한 현장소통 간담회에서는 당면한 현안과 애로사항 등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유통애로사항 해결방안에 앞서 가천대학교 이상윤 교수는 “우선 팔아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소기업은 인력이 적다. 애로조사 결과 90%가 팔아줄 수 있는 판매자와 교류하기를 원한다”라며, “대기업과의 거래 시 대금결제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 대금결제가 지연되다보니 돈이 없는 중소기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선결조건은 바로 제조 소기업과 유통사들의 애로 해결이라고 지적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있어 대기업이 많이 만들 수는 없다. 중소기업쪽에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유통업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본다”라며, “유통대상도 만들고 학위가 아닌 실무 중심의 유통사관학교도 구축될 수 있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어 박 시장은 “경쟁력 있는 소기업 제품이 유통 시장진입을 돕기 위한 유통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하여 민간 전문기관과 협력하여 유통 공인자격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자랜드 옥치국 대표는 “‘바보야 문제는 유통이야’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이게 기본인데 이걸 생각하지 못하고 물건을 만드는 곳이 많다. 처음부터 유통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할 일은 이러한 소기업들이 자신의 제품을 보여줄 수 있는, 추첨을 통해서가 아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토론에 참석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성창환 학생은 “소비자와 제조사들 사이에서 상품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품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상품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돕는 더 광범위한 의미를 갖고 있다”라며, “대학생의 인식전환을 위해 서울시가 주도적인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대학에서도 유통관련 교양강의가 개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공유․활용하여 국내외 유통망 연계, 공동 홍보마케팅, 유통전문인력 양성 및 취업 연계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행사에 참석한 유통창업가인 그린굿마트 김태열(63) 대표는 “여러 관련분야의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정책에 대한 의견공유와 현장에서 가능한 대안을 도출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민관이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며 “소기업 제품의 유통 정책에 신속히 반영됨으로써 더 많은, 더 좋은 일자리 창출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시장은 “많은 구직자들이 보다 전문성을 갖추어 유통마케팅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국제MD협회, MD아카비전 등 유통인력 양성 전문기관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면서 “민간기관과 함께 親소기업 제품 유통 상품기획가(MD), 상품공급자들을 많이 양성해 지속성을 담보로 한 양질의 유통일자리를 늘려나가겠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