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까다로워지고 눈은 더욱 높아진 소비자 마음을 잡아라”
패션업계 브랜드 론칭 그 뒤 숨은 이야기들
소비자들의 눈은 과거보다 한층 높아지고 까다로워졌다.
이제 소비자들은 유행에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분명한 취향에 따라 입맛에 맞는 옷을 고른다.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의류업체들의 노력도 치열해졌다. 요즘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고 성공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에 비유될 만큼 힘든 일이다.
패션업체가 브랜드와 옷으로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과정과 숨은 노력들을 알아본다.
기획에서 브랜드 론칭까지
브랜드 론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옷을 사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시장조사를 통해 누구에게 팔 것인지 ‘빈틈’을 찾는다. 최소 2∼3년을 내다봐야 하는 작업이라 그만큼 위험성을 안고 있다.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보다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한다.
브랜드 론칭을 위한 인력이 구성된다. 디자인 파트는 물론 상품기획, 유통,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다. 옷을 팔 대상이 정해지면 브랜드의 콘셉트가 정해진다. 이 단계에서 브랜드의 이름과 로고를 정하는 ‘네이밍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브랜드의 특성과 철학을 담아야 하기에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자되는 부분이다.
르베이지의 경우 경제력을 갖춘 40, 50대 여성을 타깃으로 잡았다. 외모와 패션에 관심이 많고, 운동·레저 등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중장년 여성이 바라는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옷이 적다는 점에 착안했다.
14명의 론칭 준비팀이 꾸려져 중년여성들의 체형, 취향, 추구하는 롤 모델, 라이프스타일 등을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대표 색인 ‘베이지’를 주요 색상으로 했다. 또 체형을 가리면서도 활동성을 높인 원피스를 주력 아이템으로 삼았다.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마케팅 리서치는 계속 된다. 해외시장 조사는 물론 시장 내에서 다른 업체의 옷에 대한 반응, 타 업체와 시장이 겹치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또 타깃 계층이 어느 곳에 가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곳에서 어떤 옷이 필요한 지 등을 관찰하며 옷의 콘셉트와 전략을 다듬어나간다.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이 제출한 것들 중에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개성은 살리면서도 대중적이면서 제품 콘셉트에 통일성을 이룬 디자인을 결정하기까지 수십 번의 회의와 토론을 거친다.
세계 패션 트렌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각 브랜드들은 큰 틀에서 제시되는 색상이나 패턴, 부분 장식 등을 각자 개성에 맞게 제품에 반영한다.
이와 함께 제품 구성을 어떻게 할지, 매장은 어떻게 꾸밀지도 함께 준비한다. 모든 것이 갖춰지면 구매자들에게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옷과 매장을 꾸민 뒤 품평회를 열어 가능성을 점검받는다. 백화점 입점이나 단독 매장 오픈 등 모든 준비가 끝나면 드디어 새로운 브랜드가 선보인다.
론칭 그 이후
브랜드 론칭은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이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홍보 전략이 동원된다. 대중에게 노출돼 있는 연예인들에게 협찬하는 스타마케팅과 잡지 화보 촬영 지원, 드라마 PPL(간접광고) 등이 많이 이용된다.
스타일링 강의나 화장품 등 다른 업체와의 합동행사 등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캠페인을 벌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도 한 전략이다. 르베이지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해외 인물들을 ‘뮤즈’로 선정해 광고 촬영을 한 뒤, 광고 수입 전액으로 시각장애아 후원 프로그램인 ‘하트 포 아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고객 특성에 맞는 전략도 필요하다. 중년여성은 한 계절 앞서 옷을 준비하는 젊은 층과는 달리 제 계절에 사서 바로 다음 날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원한다고 한다.
신상품의 소재 등을 기획할 때 많이 고려되는 부분이다. 또 앉기 좋아하는 중년여성의 특성에 맞춰 매장에 의자를 준비한다. 르베이지는 전체 매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넓은 공간에 편안한 소파를 갖춰 고객이 차를 마시고 쉴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패션업계의 신규 브랜드는 이미 시장성이 확보된 20, 30대 여성 대상 스포츠·아웃도어 웨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LG패션이 최근 스포츠 멀티숍 ‘인터스포츠’를 론칭했고, 휠라코리아·코오롱·형지어패럴 등은 아웃도어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복에선 동광인터내셔셜이 ‘데카당스’, 에코모다가 ‘캐시미어네이쳐’를 론칭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소비자와 브랜드 론칭은 순환 관계다.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브랜드는 신소비자층을 발견함으로써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한다”며 “앞으로 옷과 어울리는 액세서리 시장과 40, 5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